취업.진학

취업준비

선배가 전하는 학교 생활과 취업 이야기 N

No.457197
  • 작성자 김민정
  • 등록일 : 2018.05.29 13:50
  • 조회수 : 994

회사동료들과의 무이네 여행, 가운데가 나. 학생일 때도 사회인 일 때도 대인관계는 중요하다.

직장동료와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스스로의 대인관계가 나름 원활하다는 자랑..

 

저는 퇴근 후 배부른 저녁을 먹은 뒤 독서를 즐기고, 가끔 그리는 그림으로 힐링하는 평범한 직장인 입니다.

대학원 시절 야무지게 배운 HPLC GC를 찰떡같이 면접에서 어필하고 지금 다는 회사에 용케도 취직해 어느덧 8년차가 되었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특별하게 잘 하는 것은 없지만, 돌이켜봤을 때 그나마 꾸준하게 지켜왔던 건 책임감을 수반한 성실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의 가장 푸르던 시간을 보낸 소중한 실험실

저 때부터였던가.. 한곳에서 진득하게 머무르는 성향(?)덕에 입사 후 지금까지 한번의 부서이동도 없이 살아있는 화석이 되어가고 있다.

 

대학 3학년 때부터 석사 졸업까지 매일을 아침 8 30분 까지 실험실에 출근해서 time table에 맞춰 하루하루를 보내며 논문을 준비했던 시간이 지금의 회사생활에 권태를 느끼지 않고 물 흐르듯 지내올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음을 지금에 크게 깨우칩니다. 새벽5시 첫차를 타고 중앙도서관 구석자리쯤에서 토익스터디를 같이 했던 오빠, 언니들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컴맹이지만 자격증 하나는 따야겠다는 일념으로 얻은 기사자격증은 거의 보물급으로 소장하고 있습니다. 나름의 열정적인 학창 시절의 보상으로 취업, 결혼까지, 적지 않은 연봉에 사회적 Name value 는 덤이겠죠. 취업 초반에는 후배들의 선망 어린 눈빛이 결코 싫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만, 과연 그것이 제 삶에 본질적인 목표였던가 생각하는 요즘 입니다. 지금 이러한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저는 기분이 좋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던 나지만 그래도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매 순간, 진심을 다해 정말 열심히 했고, 어딘가에서 이런 저의 걸어온 과정을 영웅담처럼 작게나마 전할 수 있는 저의 삶이 저는 싫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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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내용고형제 분석인데 기사는 바이오분석 기사로세상일이 내 맘 같지가 않다.

 

저는 제약회사 품질관리 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형 당뇨 환자들을 위한 약이 만들어 지면 저는 그것이 공정에 맞게 만들어졌는지, 고객에게 전달 될 수준의 품질을 가지고 있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실험을 합니다. 고객에게 전달 되기 직전의 순간, 공장에서 생산되어 포장된 약이 제가 실험한 결과를 확인하고 그를 바탕으로 전달 되는 것이니 제가 하는 일이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한다고 조심스럽게 자부해 봅니다. 약의 품질을 결정하는 시험방법은 연구소에서 결정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공장에서 대규모로 생산되는 약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하여 품질을 검증할 수 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 확인을 위한 실험을 하고, 연구 개발단계에서의 품질과 실제 양산과정에서 만들어진 양의 품질이 동일한 수준인지 확인하는 것도 저의 일 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당뇨환자들이 저희 회사의 약만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업무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순간마다 업무의 경중을 결정하고 급한 순서대로 일 처리를 해나가며 즐거움을 찾는 제 자신을 보며, 아 나는 정말 이 회사를 그만두어도 일은 하겠구나.. 생각합니다. 취업은 본인의 적성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는 제 본인의 일뿐 아니라 후배와 선배들의 업무를 조정하고, 적은 비용으로 고 성과를 창출하거나, 혁신적인 프로세스를 구현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등의 창조적인 목표를 달성해나가야 저의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고달픈 위치에 있습니다. 실험실에서 실험복을 입고 초자기구를 다루는 것은 겉보기 일뿐, 사용되는 기기와 도출되는 데이터의 품질을 보장하는 것 역시 저의 업무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가 생기고, 오류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럴 때에 절차에 맞게 업무를 진행하고 형식적일 지도 모르는 일련의 과정들을 일목요연하게, 10년이 지난 뒤에 봐도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있게 작업의 과정들을 문서화 하는 것 역시 저의 일 입니다. 제약회사의 일은 사장님이 원하는 방식대로 진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에 근거하여 진행되어야 합니다. 저는 8년여 제약회사에 몸담고 있지만 GMP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합니다. 세상의 흐름이 끊임없이 변동되고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것처럼 제약사업의 규정도 나날이 발전되고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까다로운 규정들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항상 공부해야 하고, 스스로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있는지 항상 의심해야 합니다. 일을 하다 보면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싶어 짜증스러운 순간이 오기도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해 보면 정말 이 약을 내 부모님이 먹어도 되는 것인가, 생각 하면 회사에서 힘들다고 하는 일들은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들임이 분명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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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다들 30.. 제일 오른쪽이 나! 마음은 여전히 대학 캠퍼스에서 뛰어 놀고 있는데,, 돌아가고 싶다!

 

학창시절의 매 순간도 지금 저의 삶과 비슷하지 않나요? 매일 학교에 와서 학기 초에 정한 시간표대로 강의를 듣고 과제를 제출하고 시험을 보고 한번, 두 번의 방학을 보내다 보면 졸업이 다가오죠. 뻔한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고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 일 지도 모르지만, 여러분의 젊은 오늘 하루하루가 모여 스펙이 됩니다.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는 친구들은 좀 안타깝습니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혼자서 잘하는 일과 조직에서 잘 할 수 있는 일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대학시절만큼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고 자유롭고 건강한 순간이 인생에 다시는 없는 듯 합니다.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찾으려고 해 보세요. 이순간의 시간 속에서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모든 순간이 미래의 내 삶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하면 오늘 하루의 발걸음에 의미 있어 질 겁니다. 거울을 보고 자신을 믿는다며 파이팅 하세요. 여러분의 오늘 이 순간이 소중한 스펙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러분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만나게 되면 꼭 안아줄게요. 힘내요 후배님들 

너무 나이가 많아 앞에 나서기 민망한 05학번 선배로부터….